오랜만입니다. 엊그제 친구와 강남에서 볼 일이 있어 만났다가 일찍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제가 알고 있던 이 주변 한식 중에서 너무 잘 하는 것 같고 뷰까지도 괜찮아서 이 가격이 정말 나쁘지 않다고 느꼈던 곳이에요. 너무 추워서 이 날은 우박도 떨어지고 그게 비로 바뀌어서 홀딱 젖었지만 그전까지 진짜 맛있는 저녁 먹고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가격대는 점심 한상 16,000원 / 저녁 한상  20,000원이며 보리굴비가 유명한 강남역 한정식, 15:00 이후부터 적용이 되는 저녁한상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자리는 창가쪽으로 안내 받았는데 안쪽이 훨씬 따뜻하긴 했지만 창가쪽의 뷰를 놓칠 수가 없기에 예약을 하신다면 이쪽으로 앉아보시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그 외에도 코스요리와 보리굴비한상도 있었어요. 

 

 

안쪽은 이렇게 넓은 편이였는데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이들수록 떠들썩하고 사람 구경하는 분위기보다는 이야기 나누는 상대방과의 시간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가족들 생각이 엄청 많이 났구요, 단체로 오시는 분들도 꽤 많겠다 싶었던 테이블들. 한옥느낌으로 인테리어를 해놓으셨는지 나중에 외국인친구들을 데리고와도 좋겠다 싶었어요.

 

 

저녁 한상에서는 기본 반찬 6가지가 동치미와 함께 등장합니다. 그리고 계절반찬 1가지, 잡채, 전, 보쌈, 쭈꾸미, 불고기, 통 고등어구이, 샐러드, 된장찌개, 밥, 누룽지와 후식이라고 적혀 있네요. 저희는 누룽지까지만 나왔는데 그때그때마다 변동사항이 있는 것 같습니다.

 

 

버섯탕수가 견과류에 잔뜩 범벅이 되어 나왔는데 끈덕끈덕하면서 맛탕 먹는듯한 달콤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의 버섯무침은 집에 와서 아직도 생각나는 메뉴 중하나에요.

 

 

마른반찬으로 맛있게 먹던 멸치볶음과 오이소박이에는 코다리가 들어 있었고, 김치와 깍두기도 없으면 심심하잖아요 ㅎㅎ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잘 먹은 샐러드도 넉넉하게 등장. 저는 아무래도 코스요리보다는 한상차림으로 가득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먹는 쪽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다 등장하고 밥 놓은다음에 이제 뭐 먹지 하나하나 고민하면서 먹는 맛이 쏠쏠해요.

 

 

메인 요리까지 등장해주니까 정말 눈이 즐거워지는 상이 되었습니다. 불고기와 쭈꾸미, 고등어, 전까지 등장했는데요. 보통 메인메뉴 하나를 놓고 한상을 구성하는 차림상과 다르게 조금조금씩 다양하게 놓은 메뉴구성이여서 이정도면 훌륭하다고 느꼈어요. 음식 하나하나가 정성이 들어가는 한정식이기 때문에 다른 레스토랑보다도 훨씬 높게 그 가치를 사고 싶습니다.

 

 

불맛나던 매운 쭈꾸미 저희가 알던 맛이 아니라 뭔가 매콤한 떡볶이 맛이 나는 쭈꾸미의 질감이였어요. 안에 파랑 양배추 같은 각종 채소들까지 들어 있어서 씹는 맛을 더해줬는데 첫맛은 달콤하다가 끝에 매운 맛이 끝까지 사로잡더라구요; 그래서 나중에 후식처럼 등장한 누룽지와 먹으니 그 매운 맛을 조금은 중화시켜줘서 잘 어울렸어요.

 

 

가장 최애메뉴로 꼽는 불고기입니다. 사실 이 불고기 때문에 꼭 외국인친구들에게 한식을 소개할 때 여기 데리고와야겠다 마음속으로 확신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ㅎㅎ 제가 먹어봤던 불고기 중에 가장 고소하고 맛있었어서.. 너무 뻔하지도 않고 어떻게 이렇게 건강한 맛을 내지 싶어 상대방을 쳐다보니 둘다 만장일치로 극찬했던 음식.

 

 

보쌈과 잡채는 뭔가 알고 있던 그런 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집 밖에 나오면 꼭 먹는 메뉴인 생선구이는 ㅎㅎ 집에서 구우면 꼭 이렇게 잘 익은 맛이 나지 않아서 절대 찾지 않는 생선 중 하나에요. 굽는 데 냄새나기도 하고 다 굽고나면 제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아 먹다가 버리곤 했었는데 밖에 나와서 먹으면 그렇게 바삭바삭.. 속은 촉촉할 수가. 여기에 부추전을 가져다주셨는데 얇고 담백하게 부쳐주셨는지 기름짐이 안 느껴지고 한장 그 이상으로 먹고 싶은 맛이였어요.

 

 

독립하신 분들은 모두 공감하실텐데 집에서 사실 반찬 하나 놓고 먹는 것이 일상인지라 이렇게 휘어지게 차려먹는 것은 진짜 오랜만이였던 것 같아요. 그마저도 명절엔 그렇게 할까말까하다가, 진짜 반가운 고향밥상 마주한 기분이네요. 된장국도 깊은 맛과 자극적이지 않고 좋았어요. 밥 한공기 배불러서 비우지도 못했었는데 여기서는 금방 뚝딱 비워냈을 정도로 남긴 음식이 거의 없었습니다.

 

 

 

나오면서 매실과 커피는 셀프로 후식을 챙기라고 되어 있나봐요 :) 정갈하면서 우리의 맛과 멋을 살린 곳. 생각보다 되게 오래 된 곳이여서 강남역 한정식 이렇게 전통 있는 곳 찾기도 쉽지 않은데 종종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리 예약하신다면 창가자리의 예쁜 뷰를 놓치지 마세요 .

 

9번출구와도 가까운데 바깥의 외부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5층으로 올라오니 금방이였습니다. 주차는 1시간까지 무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주차의 전쟁인 강남바닥에서 걱정 없으실 것 같구요, 추가로 30분까지 노랑저고리에서 책임을 진다고 합니다. 

매일 11:30 - 21:30

명절 전일. 당일 휴무

주차 1시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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